일을 못해서 힘든게 아니었다, 자리가 맞지 않았을 뿐

이글을 쓰는 나도, 사실은 흔들리고 있었다
직장인 생각정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

밤 늦은 시간 스탠드 조명이 켜진 책상 위에 노트와 펜이 놓여 있고 창밖으로 도시 불빛이 보이는 직장인 생각정리 이미지

사실 나는
첫 직장을 공채로 어렵게 입사했다.

연수원에서 한 달을 보내며
동기들과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그리고 나름의 큰 포부를 안고 출발했다.

그때의 나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전부였다.


처음 2년은, 그냥 무작정 열심히 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우리 팀 복합기 A4 용지를 채워 넣는 일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칭찬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잘 보이고 싶었고,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았고,
조직에 빨리 녹아들고 싶었다.

모르면 남아서 물어봤고,
일찍 출근하는 게 당연해졌다.

그렇게 2년을 보내니
다행히 내부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본사에서 일할 기회도 주어졌다.


그런데 그 기회는, 나에게 너무 이른 자리였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내가 들어간 자리는
원래 과장급 담당자가 하던 업무였고,
나는 고작 2년 차 주임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역량 차이는 있고,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주임과 과장의 업력 차이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때의 나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못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냥
잘하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못하겠다는 말을 입 밖에 내기가 싫었다.

방법을 몰랐고,
솔직히 방법을 제대로 알아볼 여유도 없었지만,
그냥 더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믿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노력이라기보다
버티기에 가까웠다.


제일 먼저 무너진 건, 내 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몸이 이상하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일보다 내 건강을 먼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
사직서를 냈다.


사실, 그만두지 않을 선택지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 잠시 쉬어보자는 제안
  • 다른 사업부로의 이동
  • 원래 소속으로의 복귀

여러 가지 대안을 이야기해주셨다.

지금이라면
그 선택지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검토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서울 생활을 버텨내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조직을 떠나는 게 맞다고 단정해버렸다.


지금 와서 보면, 많이 어렸다

조직 구조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고,
‘돌아간다’는 선택을
괜히 실패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실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조직 안에서의 이동은
도망도 아니고,
패배도 아니었다.

그땐 그걸 몰랐다.


그래도 다행히, 다시 일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건강을 회복했고,
다시 일을 시작했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모한 선택”에 더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남기는 이유

혹시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당신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
먼저, 조직 구조를 한 번 들여다봐라.

일이 힘든 건
개인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자리와 역할이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디로 갈지 정해놓지 않은 퇴사는
생각보다 훨씬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마무리하며

이 시리즈를 쓰는 나는
이미 다 괜찮아진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정리 중이고,
흔들리고,
배우고 있는 사람이다.

다만 예전처럼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지는 않게 되었다.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 답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의 상태가 이상한 건 아니라는 확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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