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류 일정과 지연의 구조 이야기 ①
물류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일정 너무 여유 잡은 거 아니에요?”
“이 정도면 더 빨리 될 수 있지 않나요?”
겉으로 보면 맞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무자의 입장에서 보면,
물류 일정이 보수적으로 잡히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글은 물류가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일정이 어긋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실무자의 시선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선적일 · 입항일 · 반출일은 같은 일정이 아니다
물류 일정에서 가장 많이 혼동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선적일, 입항일, 반출일을 하나의 일정으로 보는 것이다.
- 선적일: 배에 화물이 실리는 날짜
- 입항일: 배가 항구에 도착하는 날짜
- 반출일: 화물이 실제로 창고나 현장에서 나가는 날짜
이 세 가지는 연결돼 있지만,
결코 같은 일정이 아니다.
고객이 보는 일정은 보통 “언제 도착하나요?” 하나로 요약된다.
반면 실무자가 보는 일정은
이 세 단계를 각각 따로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이 사이에 항상 변수가 끼어든다는 점이다.
특히, 선박은 날씨나 터미널 사정에 따라 1~2일 정도 스케줄이 변동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선박 입항전 그리고 컨테이너 양하전까지
화물을 추적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고객이 보는 일정 vs 실무자가 보는 일정
고객 입장에서 일정은 하나다.
“이 날 도착하면 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실무자에게 일정은 연쇄 구조다.
- 선사 스케줄 변경
- 항만 혼잡
- 하역 순서 지연
- 서류 처리 시간
- 반출 배차 가능 여부
이 중 하나만 어긋나도,
뒤에 붙은 일정이 전부 밀린다.
그래서 실무자는
일정을 ‘정확히’ 잡기보다
깨지지 않게 잡는다.
일정에 항상 붙는 ‘+α’의 정체
물류 일정에 붙는 ‘+α’는
대충 잡은 여유가 아니다.
- 일정 변경 시 대응할 시간
- 현장 변수에 대응할 공간
- 불필요한 비용을 막기 위한 완충 구간
즉, 사고 방지용 여백이다.
실무자가 일정에 여유를 두지 않으면,
지연은 곧바로 비용과 클레임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물류 일정은
항상 보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물류 일정이 한 번 어긋나면 생기는 일들
물류 일정은 독립적이지 않다.
하나가 밀리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 반출 지연 → 창고 보관료 발생
- 배차 변경 → 추가 작업 또는 대기 비용
- 일정 변경 → 재조율 메일과 전화 증가
이 구조 때문에
실무자들은 “하루 정도는 괜찮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하루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비용과 책임의 단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류 일정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물류 일정이 보수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 실무자는 최선의 경우가 아니라
- 사고가 나지 않는 경우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건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수많은 변수 속에서 물류를 굴려본 사람만이 갖게 되는 감각이다.
시리즈 안내
이 글은
「물류 일정과 지연의 구조」 시리즈의 첫 번째 글이다.
이후 글에서는
- 통관이 끝났는데도 화물이 안 나오는 이유
- 하루 지연이 왜 비용으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
- 물류에서 ‘조율’이 일이 되는 이유
- 어디까지가 관리 실패이고, 어디부터 불가항력인지
를 하나씩 풀어갈 예정이다.
마무리
물류 일정은 항상 어긋난다.
문제는 그 어긋남을 얼마나 예상하고 있었느냐다.
물류를 쉽게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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